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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펌글) 온라인 커뮤니티 끊기 100일차 후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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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토토닷작성일 2024-12-20 12:21 조회 169
본문
2024.2.18(일) - 2024.5.27(월)
커뮤니티 사이트를 끊은 지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다.
100일 동안의 커뮤니티 끊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.
1.
절대적인 거라 착각했던 커뮤니티 속 각종 논쟁들을 하나도 몰라도 사는 데에 아~~~~무런 지장이 없음을 재확인하였다.
비단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양지의 건전한 오프라인에서 논해지는 논쟁들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. 음·양지를 막론하고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논쟁이라기보단 거의 투쟁에 가까워서 하나의 합일점에 도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기 주장(혹은 자기 커뮤니티의 입장)만이 옳음을 경연하는 일종의 대회였던 것이다. 커뮤니티는 소통력 강화가 아니라 별 필요도 없는 투쟁심만 키웠다.
2.
정치에 관심을 끊게 되었다.
참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커뮤니티 대다수는 각자의 정치색이 있었는데, 이런 특성 때문에 각개의 커뮤니티는 마치 특정 정당들의 팬덤아고라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. 나는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데도 커뮤니티가 이 사람이 속한 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싫은 사람까지 지지해야만 하는 이 상황으로부터 탈피해버리고 나니 나의 정치색도 점차 투명해져감을 느꼈다.
3.
물리, 화학적 위력에 의한 게 아니라 그저 습관이었다.
100일 동안 단 한 번도 `아 씨.. 어차피 들어가도 아무도 모르는데 그냥 들어갈까`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. 커뮤니티에 접속한다는 것은 그저 아주 단순하고 습관화된 수순이었던 것이다. 그러니 금단현상이라는 것조차 없을 수밖에 없었다.
4.
내 의견 제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.
커뮤니티의 문제 중 하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있다는 것이었다. 오글거린다느니, 나댄다느니, 초면부터 높임말 쓰지마라는 등 컨셉인지 진짜인지, 장난인지 진담인지 이제는 분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비현실적 화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. 랜선을 통해서만 별볼일 있는 (것처럼 보이는)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평가받을 이유는 하등 없다.
5.
판단의 최종 주체가 나로 온전히 회복되었다.
내가 먹을 것, 내가 입을 것, 내가 살 곳 조차 타인에게 의견을 묻는 경향이 알게모르게 생겨났었는데, 단순히 의견을 물어보는 수준을 넘어 의지까지 하게 되다보니 `내`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음에 의문이 들었다. 그나마 나는 자존감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완전한 의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판단할 힘을 잃어선 안 될 것 같다.
6.
완전한 회복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.
커뮤니티를 끊었더라도 커뮤니티 속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의 반사회적인 사상과 화법이 이 세상에 여전히 `존재`할 수 있음을 평생동안 기억해야 한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것이다. 애써 부정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서도 이미 경험적으로 훼손돼버린 순수함은 기억상실이 아니고서는 피할 수 없다.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진득하게 참여하고, 가까운 주변인들과 아주 강력한 정신적 교감으로써 극복해야 할 것이다.
7.
아예 인터넷 자체를 끊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.
거의 전국민이 다 들여다보고 있는 YouTube같은 곳의 댓글창도 결국 소통의 창이므로 커뮤니티라 할만할 것인데, 더욱 더 보장된 익명성 때문에 그들의 댓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커뮤니티를 끊은 건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설 때가 많다. 커뮤니티와 거의 똑같은 사고방식, 똑같은 말투, 똑같은 심리상태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으니 결국 인터넷을 안 해야 한다.
8.
결론
`커뮤니티`의 반댓말이 `비커뮤니티`가 아니라 `현실`이라면 현대 사람들은 `현실세계`와 커뮤니티라는 `가상세계` 두 가지 세상을 동시에 사는 거나 다름이 없는 게 아닐까. 현실에만 집중해도 피곤해 죽겠는 시대인 와중에 두 가지 세상을 산다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. 그 가혹함을 견뎌내지 못하다보니 폭력성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. 또한 그 두 세계 간의 괴리가 너무나 깊고 광활하다는 것에서 오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고통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낭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.
※※
실은 커뮤니티 끊기라는 걸 갖다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정도로 헤비한 커뮤니티 유저가 아니었음에도 작정을 하고 끊으려 했던 까닭은 남는 시간에 커뮤니티나 들여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문득 한심해서였다.
https://m.blog.naver.com/PostView.naver?blogId=hp0&logNo=223460295008&proxyReferer=https:%2F%2Fwww.google.com%2F&trackingCode=external
커뮤니티 사이트를 끊은 지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다.
100일 동안의 커뮤니티 끊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.
1.
절대적인 거라 착각했던 커뮤니티 속 각종 논쟁들을 하나도 몰라도 사는 데에 아~~~~무런 지장이 없음을 재확인하였다.
비단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양지의 건전한 오프라인에서 논해지는 논쟁들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. 음·양지를 막론하고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논쟁이라기보단 거의 투쟁에 가까워서 하나의 합일점에 도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기 주장(혹은 자기 커뮤니티의 입장)만이 옳음을 경연하는 일종의 대회였던 것이다. 커뮤니티는 소통력 강화가 아니라 별 필요도 없는 투쟁심만 키웠다.
2.
정치에 관심을 끊게 되었다.
참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커뮤니티 대다수는 각자의 정치색이 있었는데, 이런 특성 때문에 각개의 커뮤니티는 마치 특정 정당들의 팬덤아고라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. 나는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데도 커뮤니티가 이 사람이 속한 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싫은 사람까지 지지해야만 하는 이 상황으로부터 탈피해버리고 나니 나의 정치색도 점차 투명해져감을 느꼈다.
3.
물리, 화학적 위력에 의한 게 아니라 그저 습관이었다.
100일 동안 단 한 번도 `아 씨.. 어차피 들어가도 아무도 모르는데 그냥 들어갈까`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. 커뮤니티에 접속한다는 것은 그저 아주 단순하고 습관화된 수순이었던 것이다. 그러니 금단현상이라는 것조차 없을 수밖에 없었다.
4.
내 의견 제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.
커뮤니티의 문제 중 하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있다는 것이었다. 오글거린다느니, 나댄다느니, 초면부터 높임말 쓰지마라는 등 컨셉인지 진짜인지, 장난인지 진담인지 이제는 분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비현실적 화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. 랜선을 통해서만 별볼일 있는 (것처럼 보이는)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평가받을 이유는 하등 없다.
5.
판단의 최종 주체가 나로 온전히 회복되었다.
내가 먹을 것, 내가 입을 것, 내가 살 곳 조차 타인에게 의견을 묻는 경향이 알게모르게 생겨났었는데, 단순히 의견을 물어보는 수준을 넘어 의지까지 하게 되다보니 `내`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음에 의문이 들었다. 그나마 나는 자존감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완전한 의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판단할 힘을 잃어선 안 될 것 같다.
6.
완전한 회복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.
커뮤니티를 끊었더라도 커뮤니티 속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의 반사회적인 사상과 화법이 이 세상에 여전히 `존재`할 수 있음을 평생동안 기억해야 한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것이다. 애써 부정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서도 이미 경험적으로 훼손돼버린 순수함은 기억상실이 아니고서는 피할 수 없다.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진득하게 참여하고, 가까운 주변인들과 아주 강력한 정신적 교감으로써 극복해야 할 것이다.
7.
아예 인터넷 자체를 끊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.
거의 전국민이 다 들여다보고 있는 YouTube같은 곳의 댓글창도 결국 소통의 창이므로 커뮤니티라 할만할 것인데, 더욱 더 보장된 익명성 때문에 그들의 댓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커뮤니티를 끊은 건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설 때가 많다. 커뮤니티와 거의 똑같은 사고방식, 똑같은 말투, 똑같은 심리상태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으니 결국 인터넷을 안 해야 한다.
8.
결론
`커뮤니티`의 반댓말이 `비커뮤니티`가 아니라 `현실`이라면 현대 사람들은 `현실세계`와 커뮤니티라는 `가상세계` 두 가지 세상을 동시에 사는 거나 다름이 없는 게 아닐까. 현실에만 집중해도 피곤해 죽겠는 시대인 와중에 두 가지 세상을 산다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. 그 가혹함을 견뎌내지 못하다보니 폭력성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. 또한 그 두 세계 간의 괴리가 너무나 깊고 광활하다는 것에서 오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고통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낭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.
※※
실은 커뮤니티 끊기라는 걸 갖다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정도로 헤비한 커뮤니티 유저가 아니었음에도 작정을 하고 끊으려 했던 까닭은 남는 시간에 커뮤니티나 들여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문득 한심해서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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